살면서 개랑 싸우는 사람을 총 두 명 봤는데 그중 첫번째는 위층 살던 아저씨였다. 물론 술에 취하신 상태였긴 하지만 그 아저씨는 개와의 싸움에 대해 진심이었다. 온 힘을 쏟아 개를 향해 욕하고 소리쳤다. 술에 취했어도 그 아저씨가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그 개는 멀리 담벼락 위에 있어서 절대 아저씨를 향해 아래로 뛰어내려올 일이 없지만, 개를 향해서 진심으로 소리치며 싸우는 건 다른 의미에서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 아저씨가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아닌 이상 개는 욕을 알아들을 수가 없을텐데 언어폭력으로 개와 맞선다는 점에서 충분히 진심이 엿보이지 않은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개랑 싸운 두번째 사람은 공교롭게도 지금 위층에 살고 있는 교수님이다. 아까 이야기한 아저씨와 다른 인물이고 싸움의 대상이 되는 개도 각각 다른 개이다. 아까 일이 동쪽에서 일어난 싸움이라면 이번 것은 북쪽에서 일어난 싸움이었다. 사실 북쪽에 살고 있는 개들은 유난스럽게 울어대는 강아지들이긴 하다. 주인이 집에 들고 날 때마다 세상이 떠나갈듯이 울어대는데 그 서러움이 이 세상 것이 아니라고 해도 과장되지 않는 정도니까 말이다. 누구라도 그 강아지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저 개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 거다. 나도 몇 번이나 그 개들을 키우는 집에 불만을 담은 쪽지를 붙이고 오는 상상을 했다. 그렇지만 개들을 향해 소리칠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그걸 위층 사는 교수님, 그것도 수학 교수님께서 하셨다. 세상은 참 요지경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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