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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written by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을 세 번째 읽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먹기보다는 띄엄띄엄 휘리릭 읽어버리곤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책은 두어 번 더 읽는 편이다. 한번 더 읽고픈 마음이 일어나는 책은 많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책은 드문 편인데 이 인간실격이란 책은 희한하게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이 책은 우울의 끝을 달리고 나 스스로가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 읽으면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힘들 때마다 찾게 되지 않나 싶다.

 

처음 읽었을 때 요조의 허무함과 세상(인간 - 세상은 결국 개인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에 대한 두려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거북함 등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면 루저같은 생각들을 재치 있게 표현해내서 진정한 해학이란 이런 게 아닐까 감탄했었다. 사실 이런 위트는 책의 75%까지는 유지가 되는데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이 실패자의 비참함이 이 세상 것이 아닐 정도로 극에 치닫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표현의 신박함도 웃음을 자아내지 못하는 경우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우울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 초반에는 위로와 공감을 받다가 끝부분에 가서는 다시 끝없는 우울함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을 네 번째 읽을 때에는 75%가 되는 지점에 표시를 해두고 그 뒤에는 넘어가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그렇지만 아마 실패하게 될 것이다.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는 엄청난 이끌림의 힘이 있어서 한 번 그 물살을 타면 멈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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