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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에 대하여

 최근 몇달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먹어치우듯이 읽어내고 있다. 일주일 내에 세 권을 다 읽어내버린 적도 있다. 근데 이게 가능한건 그 소설들이 단편집이기 때문인데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정말 계속 집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단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은 부담이 없고 의도치않은 병맛과 위트가 가득 차있어서 읽고 있으면 헛웃음이 픽픽 쏟아져나오는 말 그대로 재밌는 글들이 많다. 나이도 많은 사람에게서 어떻게 이렇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나 사물의 정밀한 부분을 관찰하여 센스있게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나오는건가 감탄하게 한다. 게다가 유명한 상은 다 휩쓸어버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글에서는 '겸손함으로 포장해버리기엔 다소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자기 비하'라든지 '자신감 결여'가 오히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동네 도서관의 무라카미 하루키 책이 꽂혀있는 란에 있는 거의 모든 단편집을 읽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장편집을 꺼내들었는데 두 권 다 조금 읽다 말아버렸다. 일단 너무 진지하다. 분위기 자체가 달라서 같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느꼈듯이 한 소설에서 여러가지의 스테이지가 시도떄도 없이 바뀌는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읽은 하루키 책이 해변의 카프카였는데 그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는 손도 안 댔었다지.. 그러다가 다시 하루키에게 관심을 갖게 된것이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김도인이 하루키의 단편소설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것을 듣고 당장 그 단편집을 사서 읽어버리고 홀랑 빠져버린 게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에 도쿄기담집, 반딧불이, 빵가게를 습격하다, 소울메이트 등등.. 단편집은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책 하나를 사거나 빌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읽기가 쉬운 것이 아닌데, 하루키의 단편집은 그런 몰입의 경험을 주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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