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렇게 밤에 센치해진다.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흥얼거리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감정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듣는 것을 참 좋아했다. 재수할 때도 나의 하얀색 조그만 애플 mp3에는 나만의 취향이 가득차있었지. 그때부터 가사 없는 곡을 많이도 들었다. 몬도 그로소의 1997 way home은 너무 좋아서 계속 계속 들으면서 이렇게 좋은 노래도 있구나 싶었었다. 이 노래를 함께 들었던 스무살 시절의 친구도 생각나고, 처음 만난 누군가의 mp3에 그 노래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헉 이건 운명인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아니었음). 그런데 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게 닳는다. 지금은 몬도 그로소의 음악을 들어도 가슴이 쿵 내려앉지 않는다. 조금 아련할뿐.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새로운 좋은 노래들을 새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기하다. 끊임없이 이렇게 새롭고 좋은 노래들이 만들어지는 게 놀랍다. 하긴 10년이면 우습지 몇백년 전에 만들어진 클래식도 말할 수 없을만큼 좋은데.. 음악은 정말 정말 신기하다.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나의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준다. 그 중에서도 아래 두 아티스트는 정말 아끼는 가수들인데 하나는 프랑스의 The Do라는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권진아다.
1. The Do 프랑스 그룹. 여성 보컬의 음색이 엄청 매력적이고 배경으로 깔리는 전자음도 개성 있고 너무 좋다.
- Dust it off: 영화 I origins의 배경음악으로 나온 음악인데 이 곡을 통해 The Do 그룹을 알게 되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새가 부르는 노래같다. 아이 오리진스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의 신비로운 느낌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음악.. 매혹적이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은 영화의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 Trustful hands: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돋보이고, 분위기가 반전되는 부분이 있어서 좋다.
- Lick my wounds: 도입부가 맘에 든다. 전자음이 정말 독특하다.. The Do의 노래는 듣고 있으면 해방감이 든다. 조깅할때 크게 틀어놓고 미친듯이 뛰면 가슴이 뻥 뚫린다.
2. 권진아
권진아 노래를 처음 귀기울여 들었던 건 Toy의 앨범을 통해서였다. 그녀가 말했다 라는 노래인데 구슬프게 아름다운 목소리가 참 인상깊었다지. 토이 앨범을 다 좋아해서 토이빨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권진아 목소리는 국보급이다.. 유튜브에서 누가 권진아 목에 오카리나 꽂았냐고 그러던데 정말 공감이 가는 재치있는 댓글이었다. 나는 감정이 가득 담긴 노래를 사랑한다. 권진아 노래를 들으면 그 음악의 감정이 듬뿍 전해져서 내가 그 감정에 젖어버리게 된다.
- 그날 밤: 맑디 맑은 밤중에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져 정신차려보니 내 눈물방울이었다는 내용의 가사. 권진아 노래들에 이별 노래가 많은 편인데 유희열 소속사 소속가수라서 그런가.. 권진아한테 밝은 노래 좀 주라던데.. 아니다.. 오히려 유희열표 이별노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권진아 목소리로 유희열의 감성이 담긴 이별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 기쁘다. 이 노래는 너무 좋아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인데 가사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선율도 좋다. 복고풍까지는 아닌데 90년대 느낌이 3% 느껴져서 좋다. 참고로 나는 토이 특유의 옛날노래 느낌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예를 들어 좋은사람의 뚱뚱뚱뚱 따라랏따- 도입부처럼) 앞으로도 이별노래 많이 불러주세요 권진아님..
- 위로: 권진아 아닌 어떤 가수가 이 위로라는 노래를 이렇게 완벽하게 부를 수 있을까? 드라마 멜로가체질의 은정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노래가 권진아의 위로였다. 개인적으로 멜로가체질을 감명깊게 봤었다. 언뜻보면 주인공 남녀의 멜로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멜로가체질이라는 드라마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상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였다. 더이상 어리지 않지만 완전히 성숙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30대들의 이야기. 나는 그 중에서도 전여빈 배우가 맡은 은정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은정은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 트라우마로 계속 일상 속에서 죽은 연인의 환상을 보고 대화하고 함께 살아간다. 무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은정의 마음 속은 사랑을 잃은 상처로 곪아있었고, 곪아터진 자신과 모습과 직면하기까지 은정의 표정은 항상 담담했다. 그러다 어느날 은정은 친구들에게 "나 너무 힘들어, 안아줘.. 너희한테 하는 말이야" 라고 이야기하고, 친구들은 은정을 안아주며, 그 말을 너무나도 기다렸다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지.. 이 때도 권진아의 위로가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은정 에피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노래라고 생각한다.
- 한번 더 이별: '내안의 발라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주우재와 권진아가 함께 부른 성시경 원곡의 노래이다. 성시경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건 권진아가 부른 버전이 압도적으로 좋다. (이 버전은 따로 음원이 없으므로 유튜브 링크를 첨부함) 주우재 파트가 먼저 나오고 2분5초부터 권진아 파트가 나온다. 2분 5초부터 들어도 되지만 주우재 파트부터 들어야 대비효과로 권진아가 등장할 때 보다 큰 소오름 및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주우재는 본업이 가수가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곡은 주우재와 나름 잘 어울리는 게 있는 곡이었다.) 권진아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라 편지같이 느껴진다. 정말 속마음을 내비치는 것처럼 감정에 가득 젖어있어서 가슴을 울린다. 목소리만 좋은 게 아니라 감정전달력이 정말 대단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fX5K0DWIvDI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졌다.... 권진아 찬미하다가 밤새게 생겼다.
3. 신승은
잘못된 걸 잘못됐다
노래가 좋기도 하지만 가사가 재밌는 노래이다. 솔직한 순수함이 느껴진다.
이 노래가 좋아서 이 가수의 다른 노래들도 다 들어봤는데 이 노래가 제일 완벽하게 좋았다.
30살 넘으니까 이상주의였던 나조차도 내면의 순수함과 정의를 좇는 마음이 사라졌고..주위에 이런 생각하는 친구들도 거의 없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20대 초중반의 나와 친구들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앳된 모습이 잠깐 떠올랐다. 순수한 이상을 좇고, 그렇게 하다보면 막연하게 어떻게든 인생이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 같다고 낙관했던 모습 말이다. 이젠 더이상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를 남들 앞에서 하지 않는다. 잘못된 게 있어도 잘못된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게 된다. 이상한 게 너무 많은 세상이라 하나하나 다 이상하다고 말하다보면 내가 이상해질 것 같은 세상이다. 말수가 많이 줄고 웃음도 줄어들었다.
이제 자야겠다. 좋아하는 가수랑 노래들 엄청 많은데.. 몇자 적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리니 이거 원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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